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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주 #혼디주



해풍과 거친 환경을 이겨낸 인생 같은 맛







#제주 #과실주 #감귤 #혼디주





제주도 음식 하면 돼지고기나 옥돔, 혹은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고기국수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오늘날 유명해진 ‘관광지’ 메뉴일 뿐이다.


농사 짓기 힘든 제주 땅에서 곡물은 매우 귀했고, 질 좋은 특산물은 중앙 정부에 바쳐야 하는 그림의 떡이다 보니 제주 음식의 역사에는 온통 ‘짠내’가 묻어난다.


제주에서 발달해 온 술만 보더라도 당시의 거칠었던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대표 전통주 중 하나인 오메기술은 관광 상품인 오메기떡을 재료로 한다. 원래 이 떡은 간식이 아니라 술을 빚기 위한 목적으로 쌀보다 구하기 쉬운 좁쌀을 갈아내 반죽하고, 팥소나 팥고물도 없다.


도수 낮은 막걸리와 유사한 쉰다리는 쉰 쌀밥이나 보리밥을 하루 이틀 발효시킨 것으로, 상한 밥도 어떻게든 재활용하고자 만들어진 음료이다.  


그런가 하면 동물성 재료인 게를 술 재료로 이용하기도 했다. ‘깅이(제주 방언으로 게)술’은 증류주에 작은 게를 담근 것으로 나이가 들면 관절이 쑤시게 마련인 해녀들이 보양을 위해 마셨다고 한다.


제주도를 흔히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고 부른다. 얼핏 낭만적으로 들리기 쉽지만 알고 보면 돌 때문에 농사 짓기가 힘들고, 남자들이 바닷일을 나갔다 태풍으로 죽다 보니 과부가 많다는 자조적 의미이다.


제주 여성들은 인구 이탈을 막기 위해 평생 고향을 떠나지 못했으며, 남녀가 생업에 함께 뛰어들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역까지 져야 했다.


하지만 그만큼 이곳의 여성들은 강인하게 살아나갔고, 개중에는 남자들도 해내지 못한 큰 업적을 이룬 인물인 김만덕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양인 신분으로 태어나 한때 가난 때문에 기적에 오르기도 했으나 특유의 수완을 발휘, 특산물을 본토에 내다 파는 객주로 큰 재산을 축적했다. 1795년 태풍으로 기근이 찾아오자 본토에서 500섬의 쌀을 사와 1100여명을 구휼하면서 전국에 그 이름이 알려졌다.


정조 임금이 소원을 묻자 “대궐과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고 한 그녀는 기생 출신의 양인 여성으로서는 전례 없이 왕을 알현한 선각자이며 여장부로 오늘날까지 기억된다.  


김만덕이 본토에 팔아 이문을 남겼던 귤은 제주를 대표하는 농산물이면서 왕에게 진상되는 귀한 과일이었다. 그러나 귤나무는 접붙이기로 번식하다 보니 재배가 쉽지 않고, 잦은 태풍에 1년 농사를 망치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pixabay




오늘날 우리가 맛보는 제주 귤은 지속적인 품종 개량과 이를 위한 농민들의 피나는 노력, 그리고 험한 제주의 해풍 등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결과물인 셈이다.


제주도에서도 최남단에 속하는 서귀포 신례리에서는 해풍을 받고 더욱 단맛이 강해진 귤을 재료로 새로운 전통주 ‘혼디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혼디주는 감귤 그대로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가열 농축액이 아닌 직접 착즙한 생즙만을 사용한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효모를 넣어 발효시키는데, 병 하나 당 감귤 3개가 들어간다고.


제주 천연 화산암반수와 향긋한 감귤이 빚어낸 혼디주는 도수 12도 정도로 와인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설탕이 첨가됐다고 해서 다소 달지 않을까 했으나 생각보다는 단맛이 적고 부드럽다.


천연 효모가 내는 다소 쿰쿰한 향에 매력 있는 산미가 신선한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특히 고등어나 방어 등 겨울 제철 생선회의 비릿한 맛을 잡아 주는 데 제격이다.



(주)시트러스 공식 홈페이지




혼디주라는 이름은 제주 방언으로 ‘함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혼디주는 개인 소유가 아닌 신례리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운영되는 양조장에서 생산된다.  


오래 전 제주 땅의 고아 소녀였던 김만덕을 역사에 길이 남을 여걸로 키운 힘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넘어서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혼디주에는 살짝 찌르는 듯한 신맛에 쓴맛도 느껴지는데, 동시에 이를 부드럽게 감싸 주는 은은한 단맛과 감귤 특유의 향, 그리고 제주 바다의 향기가 함께 들어 있다.


조선판 걸크러시 김만덕을 떠올리며 ‘혼술’ 하기 에도 좋지만, 올 연말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그 맛이 두 배가 될 듯 하다.    
















  정세진 anais21@hanmail.net

   술 권하는 유목민.

   낯선 문화, 낯선 술을 찾아 헤매는 농경사회 노마드로 살아가고픈.






제목 해풍과 거친 환경을 이겨낸 인생 같은 맛
  • 작성일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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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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