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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플래텀] 후손에게 이어질 건전한 술 문화를 퍼트리는 기업_술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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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이야기

바야흐로 전국민 음주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주류 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48병, 소주는 62병에 달한다. OECD 기준 1인당 주류 소비량은 10위 권 내에 들 정도로 술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다.


기쁠 때는 축하하기 위해, 슬플 땐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술은 그에 대한 찬사도 각양각색이다. 이제는 소주와 맥주를 넘어 수입산 브랜디와 위스키 등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이 사이에서 전통주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전국 각지의 양조장에서는 지역 술을 만들며 존재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양조장과 손잡고 우리 ‘술’의 전성기를 도모하는 기업이 있다. 예비 사회적기업 ‘술펀’은 전통주와 사람을 주제로 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기업이다. 술이 부정적인 콘텐츠가 아닌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긍정적인 소통 수단이라고 믿고, 그 옛날 조상들이 즐기던 술을 100년 뒤 후손들이 즐길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 중이다. ‘술펀’의 이수진 대표를 만났다.


이수진 술펀 대표

▲ 8조 원 주류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스토리 텔링 기업


술펀이 하는 일은.

그간 전통주 업계는 양조장 자체 홈페이지 혹은 협의회를 통한 온라인 쇼핑몰 형태의 사업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올해 7월에 전통주 관련 주세법이 개정되며 판매 시기가 앞당겨졌다. 이에 우리도 판매/유통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스토리가 담긴 전통주를 파는 것이 우리의 컨셉이다.


스토리를 남는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를 겪으며 전통을 잊으며 살아온 측면이 있다. 시간은 흐를 텐데 전통의 의미가 계속 퇴색하는 게 안타까웠다. 100년 뒤 후손들에게 남겨줄 유산으로 문화를 떠올렸다. 멋과 자연스러움이 더해진 문화를 계승한다면 우리의 전통이 흐를 것이라 봤다. 술펀은 이런 이유로 ‘100년 뒤에도 생각나는 기업’을 지향한다.


와인 애호가도 많고, 요즘은 수제맥주도 뜬다. 왜 하필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었나.

8년 정도 사회생활을 한 뒤 잠시쉬는 동안 술 빚는 걸 배웠다. 원래도 술을 잘 마시고 좋아하는 만큼, 술은 내게 흥미로운 주제였다. 주례와 역사를 배우며 문화충격도 같이 받았다. 우리에게 낯선 분야지만 꼭 알아야 할 역사와 전통이 거기에 존재함을 깨달았던 거다. 동시에 사업화가 가능할 거라고 봤다. 그러던 중 알고 지내던 교수님이 내게 사업을 제안했다. 정부와 관련 있는 곳에서 전통주 문화공간을 맡아 달라고 한 것이다. 마침 제주도에서 문화공간사업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이걸 미루고 의뢰 받은 기간 동안 운영했다. 그러던 중 협동조합법 등 관련 법이 마련돼 제대로 사업을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 먹고 시작했다. 그게 2014년 말이다.


전통주 시장 규모는 어떻게 되나.

희석식 소주와 맥주, 와인과 위스키 등 여러 주종을 합치면 현재 8조원 규모로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소주와 맥주가 11%, 막걸리는 5%정도 된다. 전통주는 현재 1%에 미치지 못 한다.

다만, 우리의 타겟은 좋은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가령 싱글 몰트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 상당수가 좋은 술이 나오면 마셔보는 경향이 있다. 무조건 그 주종만 고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색 있는 패키지에 스토리가 가미된 술이 출시되면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고, 전통주의 시장 점유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통주 시장은 준비만 되면 결코 작게만 볼 시장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통주’라는 단어가 한계가 될 수도 있는데.

그냥 ‘술’이라고 봐줬으면 좋겠다. 전통주 혹은 민속주, 지역특산주라는 단어는 오히려 대중이 우리 술을 찾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장애물 같다.

단어가 주는 어감 외에도 전통주가 현대 사회에서도 즐기는 술이 되기 위해선 스토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 어떤 양조장에서는 일부러 술을 오크 통에 숙성 시켜 카라멜 색을 낸다. 위스키와 브랜디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 위함이다. 서양 술과 경쟁하기 위해 그렇게 만드는 게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우리 술은 예로부터 항아리나 백자에 숙성 시켜 투명했다. 지금도 그 이미지가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체성을 잃지 않고 스토리를 생산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주가 술의 하나이며 각각 관련한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문화임을 알리고 발전 시키는 데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주류는 규제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 점은 잘 알고 있어 법에 저촉되는 건 하지 않았다. 만약 원하는 걸 빨리 하고 싶었다면 협회를 만들어 활동했을 거다. 다만, 협회가 우리가 현재 마주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아니라고 봤다. 급하게 마신 물은 체한다. 급하게 행한 일은 자충수로 돌아올 수도 있다. 활동에 더욱 큰 동력이 되기 위해선 조직은 투명하고 건전해야 한다. 이에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오프라인에서도 판매가 아닌 홍보 부스를 만들어 활동했고, 때가 되길 기다리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 각양 각색의 ‘술’ 이야기를 담아 대중을 만날 준비를 마치다

판매/유통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B2B에 이어 B2C도 준비중이다.

이전까지 B2B 형태의 컨설팅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때가 돼서 B2C 분야로 나아가고 있다.

소비자를 직접 만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 편이다.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비합리적인 구조 이슈가 있었다. 보통 소비자 가격이라는 건 유통, 판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책정된다. 문제는 이 가격구조에서는 1차 생산자가 이윤을 많이 못 얻는다는 거다. 두 번째로는 디자인 및 패키지가 별로였다. 같은 양조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디자인이 중구난방이었다. 물류 유통망도 좋지 않아서 운임 비용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적극적인 판매도 어려웠다. 여기에 법 문제도 있었다. 다행히 올해 7월부터는 온라인에서 팔 수 있도록 개정됐고 타이밍이 맞아서 이제야 제대로 운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어떤 방식으로 상품을 소개할 계획인지.

우선 전통주의 정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국내엔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술이 있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리와 포도를 활용해 맥주와 와인도 많다. 반대로 막걸리라도 해도 수입 쌀을 사용할 수도 있다. 주종에 따라 구분하는 건 맞지 않다. 술펀은 장인 정신을 가지고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술, 지역과 상생의지가 있는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알리려고 한다.

구체적으론 플랫폼에서 집에서 양조가 가능하도록 막걸리키트, 술 찌개미로 담근 장아찌 등 PB를지속적으로 개발해 판매할 거다. 이로써 농산물 문제, 지역이 가지는 고령화 및 청년 유출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자 한다.


B2B 컨설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각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술이 있다. 양조장 측은 이걸 잘 팔고 싶어한다. 우린 제품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스토리까지 양조장과 함께 고민하며 제품을 완성한다. 이후 각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술은 각각의 생산품을 한데 모은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거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통합 온라인판매몰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는 총 60개 양조장에서 빚은 술이 판매될 예정이다. 그러려면 껍데기만 있는 게 아니라 개별 양조장이 가진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그래서 콘텐츠도 같이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용역 개념이 아닌 주민 참여형 컨설팅 형식으로 운영하기에 협력이 더 원활하다. 비협조적이던 분이 우리의 팬이 되고 하려는 의도를 이해 해주는 등 보람을 느끼는 일도 생긴다. 현재는 시장 규모를 같이 늘려야 하는 시기다. 그러려면 말로만 해서는 절대 설득되지 않는다. 함께 고민하고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전국에 전통주를 취급하는 양조장만 수백 곳이다. 막걸리 또한 주종이 1천개가 넘는다. 다 커버할 계획인가?

그런 건 아니다. 일단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가 맞아야 한다. 회의적인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우리처럼 ‘상생’에 주안점을 두면서도 수도권에 진출하려는 곳, 안전한 먹거리와 원칙을 오랫동안 고민한 곳과 함께 하고 있다. 이외엔 지자체 중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테마 관광 상품을 만드는 등 지속 가능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곳이 있다. 이런 곳과도 협업하고 있다.

▲’주령사’ 를 양성하는 사회적 기업… 주폭이 줄어드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술펀은 2015년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왜 이 사업형태를 선택했나?

사회적 기업을 지향했던 건 우리로 인한 국민의 인식 전환을 바랐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술과 담배는 터부시되는 콘텐츠다. 사실 술이 없는 모임은 많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는 건전한 술 문화, 이로 인해 생기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하는 마음이 크다. 이런 이유로 술이 착한 콘텐츠일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근래 술을 전통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그널이 여러곳에나 나오고 있다.


소셜 미션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우리는 주령사라는 직업군을 양성하고 있다. 주령사는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우리술과 양조장, 그 안에 숨겨진 장인들의 이야기를 전파하고, 한국 고유의 건전한 음주문화예법, 즉 주례(酒禮)를 정착시키며 이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콘텐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주례는 일본에서 들어온 ‘주도’와 같은 의미인데, ‘주례’가 맞는 말이다. 현재 기업과 외국 대사관 등지로부터 술과 관련된 강연 요청이 많이 온다. 우리 술을 문화로 보고 궁금해하는 집단이 늘고 있는거다. 이를 가르치는 주령사가 많아지는 게 일자리 창출과 올바른 주례의 확산 등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주령사는 뭘 가르치나.

술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술을 두 손으로 받고 고개를 돌려서 마시는 등의 행동을 왜 하게 됐는지 알려주거나, 술 빚는 방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가르치기도 한다. 지금 우리에겐 술을 마시는 행위만 남아있지 그것을 왜 하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며 학습 시키면 술을 즐길 수 있고 나아가선 폭음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 ‘데스밸리’를 겪은 뒤 급성장이 왔다.

사업 3년차다. 소위 데스밸리의 시기가 이즈음에 온다고 한다. 경험해본 적 있나.

올해 상반기에 겪었다. 잔고는 점점 줄었고 성장과 방향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됐다. 정말 힘들었다. 데스밸리를 지나면 급성장을 한다고 하지 않나.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그렇게 되고 있다. 작년보다 올해 현재까지 매출이 두 배는 늘었고 이를 뛰어넘는 의뢰가 들어와 논의 중이다. 이게 계기가 돼서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되고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잘 하면 500% 넘는 성장율을 보일 것 같다.


죽음의 계곡을 넘긴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다고 보나.

한산 소곡주 사업 프로젝트를 맡은 게 전환점이 됐다. 이 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는데, 이걸 만드는 마을에서 6차산업을 대비하기 위한 양성산업을 5년간 진행했다. 이 결과 1개밖에 없던 양조장이 2015년 기준 50개로 늘었다. 숫자는 늘었지만 판매와 배송, 패키징, 마케팅 등이 원활치 않았다. 단순히 양조장에 비용만 지급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이때 그쪽 지자체에서 연락이 왔고, 우리가 컨설팅을 맡게 되었다. 양조장을 통합적으로 돕고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았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직원들도 사기가 높아졌고, 주민들이 만든 제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의식도 생겼다.


채용도 진행중이다. 어떤 인재를 찾고있나.

경력 여부에 상관 없이,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분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분들이었으면 좋겠다.


▲ 취함을 존중하는 기업, 이제는 국내에서 해외로

회사의 향후 계획을 말해달라.

우선 프리미엄 온라인몰 론칭 및 앱을 개발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시키려 한다. 지금 진행중인 교육사업은 프로그램을 더욱 풍부하게 구성하려 준비 중이다. 또한 내년엔 오프라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간 시너지를 만들어 사업을 더욱 크게 성장시키려고 한다. 이게 잘 되면 글로벌 진출 시기도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내년 말 글로벌 진출 계획이 있는데 그 때를 대비해 투자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 술의 경쟁력이 얼마나 높을까.

문화 관점에서 세계에서 한식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술도 성장할 거라 본다. 미식 문화가 발달한 이태리와 프랑스, 일본 모두 술도 같이 발전했다. 우리 술도 한식과 함께 해외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의 슬로건은 ‘취함 존중’이다. 술펀은 각자의 주량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사람이 취한 것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정도를 지켜야 한다. 존중해줄 수 있을 정도로 적당히 취한 것, 적당히 취한 사람들과 즐거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이게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다.


원문출처 : http://platum.kr/archives/8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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